달리기 장소

고성 다이노 캠핑장 근처에서 달려봤습니다.

지리산티아고 2022. 6. 6. 10:03

10여 년 전 같은 직장에서 있었던 분이 고성에 별장을 갖고 있습니다. 큰 저택은 아니고 자그마한 2층 집입니다. 그 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얼굴 한 번 보자 하여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고성으로 모였습니다.

 

개구리 소리, 새 소리, 풀벌레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개구리는 조금 시끄럽긴 했습니다만 사람 소리와 자동차 소음에 비하겠습니까? 개구리나 새 입장에서는 우리 무리가 소음이었겠지요. 시끄럽게 해 죄송합니다.

 

금요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만 결국 5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 집니다. 챙겨간 운동복을 슬금슬금 갈아입고 고성의 새벽 공기를 마십니다. 찹찹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마을을 달리니 도심의 달리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상쾌합니다. 

 

상쾌합니다만...

 

단점이 있다면 차로 이외에는 달릴 곳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적한 시골이라 뛸 곳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8km를 달리면서 보행로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차가 거의 다니지 않으니 도로 가장자리로 달리니 뛸 맛이 났습니다.

 

그러나...

 

차도 없고, 사람도 없지만 군데군데 개가 너무 위협적이었습니다. 아씨.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사람만한 개를 목줄 없이 풀어놓고 다니는데 공포스러웠습니다. 개는 짖으며 저를 향해 뛰어오고 주인 할머니는 저 멀리 뒤에서 웃으며 개를 부르고 있는데... 다행히 제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갔습니다. 개도 개지만 할머니 웃음소리가 섬찟했습니다.

 

이후로도 드문 드문 한 채씩 있는 집들을 지나칠때면 개 짖는 소리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치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공기는 상쾌한데 개 짖는 소리가 공포스러워 고성의 달리기는 극한의 스포츠가 되고 말았습니다.

 

집 한채 한채를 지날때마다 짖어대는 개소리의 공포

 

금요일 저녁에 숯불에 고기 굽고, 맥주 한잔에 불멍할 때까지만 해도 은퇴 후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구나 했지만, 여기서 살려면 자동차로 무장하고 이동하거나 아니면 호신용 큰 개를 여러 마리 키워야 당당하게 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도로 컨디션을 모를 때 한 번은 달릴 수 있겠지만 공포감을 한 번 맛보고 난 이후로 두 번은 달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불멍은 최고입니다.

그래도 두 세시간 불멍 하다 오니 다음 한 주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은 기분입니다.  이래서 차박이나 캠핑 같은 여가들을 많이 즐기나 봅니다. 주말에 어디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즐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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