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같은 직장에서 있었던 분이 고성에 별장을 갖고 있습니다. 큰 저택은 아니고 자그마한 2층 집입니다. 그 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얼굴 한 번 보자 하여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고성으로 모였습니다.
개구리 소리, 새 소리, 풀벌레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개구리는 조금 시끄럽긴 했습니다만 사람 소리와 자동차 소음에 비하겠습니까? 개구리나 새 입장에서는 우리 무리가 소음이었겠지요. 시끄럽게 해 죄송합니다.
금요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만 결국 5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 집니다. 챙겨간 운동복을 슬금슬금 갈아입고 고성의 새벽 공기를 마십니다. 찹찹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마을을 달리니 도심의 달리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상쾌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차로 이외에는 달릴 곳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적한 시골이라 뛸 곳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8km를 달리면서 보행로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차가 거의 다니지 않으니 도로 가장자리로 달리니 뛸 맛이 났습니다.
그러나...
차도 없고, 사람도 없지만 군데군데 개가 너무 위협적이었습니다. 아씨.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사람만한 개를 목줄 없이 풀어놓고 다니는데 공포스러웠습니다. 개는 짖으며 저를 향해 뛰어오고 주인 할머니는 저 멀리 뒤에서 웃으며 개를 부르고 있는데... 다행히 제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갔습니다. 개도 개지만 할머니 웃음소리가 섬찟했습니다.
이후로도 드문 드문 한 채씩 있는 집들을 지나칠때면 개 짖는 소리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치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공기는 상쾌한데 개 짖는 소리가 공포스러워 고성의 달리기는 극한의 스포츠가 되고 말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숯불에 고기 굽고, 맥주 한잔에 불멍할 때까지만 해도 은퇴 후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구나 했지만, 여기서 살려면 자동차로 무장하고 이동하거나 아니면 호신용 큰 개를 여러 마리 키워야 당당하게 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도로 컨디션을 모를 때 한 번은 달릴 수 있겠지만 공포감을 한 번 맛보고 난 이후로 두 번은 달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세시간 불멍 하다 오니 다음 한 주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은 기분입니다. 이래서 차박이나 캠핑 같은 여가들을 많이 즐기나 봅니다. 주말에 어디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즐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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