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이야기 47

개를 피하며 달리기 (8km주)

영상14도 긴팔, 면장갑, 7부 바지, 발가락 양말, 호카 링컨2 새벽은 언제나 갈등의 연속이다. 운동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동쪽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공원을 돌지 길게 도로를 달릴지, 10키로를 채울지 집에갈지. 선택에 선택을 거쳐 8키로를 뛰었다. 몸이 않좋은 것도 아닌데 10키로를 채우지 않고 마무리한다. 일 걱정과 게으름이 합쳐진 결과다. 오늘은 시종일관 천천히 뛴다. 떠오르는 해도 구경하고, 공원의 담배피는 어르신들도 바라본다. 공원구석에 열일하는 자판기, 패딩과 마스크와 장갑으로 꽁꽁싸매고 걷는 시민도 무심히 쳐다본다. 1km를 남겨놓은 지점. 시커먼 도베르만종이 무섭게 짖는다. 근심과 걱정은 목숨의 위협 앞에서 깔끔하게 사라진다. 오로지 어느방향으로 피하면 괜찮을지만 떠올리며 퇴로와 주..

회식 다음날 런닝

영상 16도. 흐림. 긴팔, 7부바지, 면장갑, 인진지 발가락 양말, 호카 링컨2, 분당 176보, 평균 보폭 1.05m. 65.15kg. 어제 술자리의 여파가 남은 채로 달리기에 임했다. 살은 1kg정도 불었고 보폭도 줄어들었다. 몸은 정직했다. 오늘의 아침 달리기를 의식하여 가위와 집게를 부지런히 놀리며 젓가락을 별로 들지 않았는데 살이 올랐다. 맥주집에서도 튀긴 오징어를 자르느라 가위와 집게를 놓지 않았건만 몸은 냉정하다. 술 자체만으로도 살이 찐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첫 발을 뗄 때부터 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한걸음 한걸음이 텅! 텅! 하며 땅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1km 알람소리를 듣고 시계를 보니 6분이 훨씬 넘어가고 있다. 이어지는 오르막도 6분을 넘긴다. 6km를 넘기니 호흡도 ..

아파트 골바람에 달리기를 하루 쉬려다가...

영상12도. 긴팔, 면장갑, 7부 바지, 인진지 양말, 나이키 플라이니트, 분당 178보, 평균 보폭 1.08m. 64.6kg 2kg 늘었던 살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있다. 다행이다. 섭취한 음식물의 자체 무게가 체중에 반영되었다가 사흘이 지나며 대부분 소비된 듯하다. 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는데 저절로 감량되어 다행이다. 금일은 한 주일을 시작하는 화요일 러닝이다. 될 수 있으면 안빼먹는 운동일. 12도라길래 가볍게 입고 나선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강하게 바람이 불어온다. 숨쉬기도 조금 버겁다. "운동하러 나오지마~" 하는 외침 같기도 하다. 그 똥바람을 뚫고 산복도로 주로에 올라선다. 바람이 조금 누그러진다. 한번 봐준다는 듯이. 천천히 시동을 걸며 보폭을 늘려간다. 분당 페이스는 5분에..

동아마라톤 접수 성공

오전 9시32분. 동아마라톤 주최측에서 취소자, 미결제자분 추가신청 받는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지난 번 실패를 떠올리며 오늘은 10시 정각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등록 완료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티켓 예매 하듯이 간만에 광클질을 했다. 아~뿌듯하다. 기념품이 상의 2벌에 판쵸우의 한벌. 판쵸우의는 집에 오는대로 비오는날 뛰러 갈 것이다. 도대체 왜 이걸 기념품으로 주는건지 확인해야겠다. 정말 궁금하다. 언택트 대회는 등록은 처음인데 실제 대회만큼 긴장감이 있으려나... 기왕에 등록한거 실전처럼 달립시다~

춘천마라톤 기념품

영상 7도, 추울까봐 춘마 기념품 긴팔티, 산티아고 기념품 반팔면티, 넥워머, 타이즈, 인진지 발가락 양말, 울트라부스트20. 분당 178보, 평균 보폭 1.1, 64.2kg 적당히 추워 아침 옷차림이 유효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중간. 3km 지점에서 똑 같은 상의를 입은 러너를 만났다. 예상치 못한 반가움. 지나치면서 서로 손을 들어 인사한다. 춘천마라톤 참가 기념품으로 받은 긴팔 상의. 재질이 두꺼워 겨울 러닝용으로 애용하는 옷이다. 춘천에서 받아온 옷이기도 하고, 거의 10년이 지난 기념품이기도 하여 보기 힘든 레어제품인데 같은 옷을 보며 뛰고 있자니 춘천 대회가 생각나 웃음이 슬며시 난다. 옷만 봐도 '달리기 경력 10년은 되겠구나~' 라고 알 수 있으니 옷이 날개가 아니라 옷이 계급장인가? ..

인간은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

회사 업무가 과중해 야근과 조출로, 악천후도 아닌데 달리기를 쉬었다. 일이 많아 달리기를 건너뛴 것이 몇년 전이었던가 기억조차 없었는데 일이 늘어나긴 했나보다. "수용소에서 우리는 이를 닦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모두 심각한 바타민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잇몸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했다."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오는 문구다. 이등병 일병지나면 군생활 적응되듯이 지금생활도 자알 적응하겠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기합 한 번 넣고 내일은 씩씩하게 달려봅시다~ 힘!!

걱정이 많을 때는 달리기

민주공원 10KM주. 영상 14도. 긴팔, 면장갑, 7부바지, 인진지 발가락양말, 나이키 플라이니트. 영상14도라는 정보에 속지 않고 긴팔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일이었다. 강한 바람에 영상14도가 무색할 지경. 민주공원 내 숲 속과 러닝을 마칠 즈음에는 조금 더운 기온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옷차림이었다. 일주일의 첫 시작은 화요일 달리기다.(나는 월요일은 챙겨 쉰다.) 눈 뜨자마자 업무 걱정에 달리러 나가기가 부담되었지만 '건강 챙겨야지'하며 어떻게든 길을 나선다. 큰 걱정이 머리속에 들어있을 때는 달릴때도 고민이 이어진다. 어떻게 해결하지? 혹은 피하는 방법은 없나? 가끔 행동 방안이 생각나기도 하고, 일의 진행 방향을 잡아보기도 한다. 러닝 자체가 해결 방안을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또한 이른..